드레스덴, 드레스덴......

언제가, 어디선가 많이 들은 듯 한 도시 이름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달았다. 작년 2017년 한 해 동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무척이나 들었던 그 이름이라는 것을. 아마 내 나이 또래의 머릿속에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 바덴바덴만큼이나 깊게 각인된 도시 이름이었다. 드레스덴이라는 도시가 지구 어느 구석에 있고,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인지도 모르면서 그냥 머릿속에 떠돌고 있는 이름이었다. 드레스덴 연설문과 최순실이라는 이름으로 연결 지어서 말이다.

 

뜨거운 2017년을 보내면서 왜? 한 번쯤 드레스덴이라는 도시에 대하여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든 생각이었다. 아마도, 그 도시가 전해주는 의미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매일매일 소용돌이치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미처 궁금증을 가지지 못하게 했나 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순간 그동안 그 도시에 대해 무지했던 나 자신에 대해 아쉬움은 남았고, 부끄러움은 마음속에서 떠 올랐다.

 

커트 보니컷의 제5도살장은 독일의 도시 드레스덴을 배경으로 한다. 1945년 패망에 다다른 독일의 조그마한 도시에 퍼부어진 폭탄과 그로 인해 13만 명에 달하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그 무시무시한 학살에 대해 얘기한다. 하지만 다른 전쟁 소설이나 역사 소설과는 너무 다르게 소설은 쓰여졌다. 한편의 SF 소설 같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테트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생각났을 정도이다.

 


유머 같은데 유모 같지 않은 그런 유모로 커트 보니컷은 이 소설을 써 나간다. 잔인하고, 끔찍한 전쟁의 모습을 아주 담담하게 쓰고 있다. 소설을 읽다 보면 가끔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뒤죽박죽 되어 있어 도통 정리가 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다음 장면이 궁금해진다.

 

저자 커트 보니컷은 역시나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가이다. 책을 접하면 접할수록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구나 하는 자괴감이 자주 든다. 하지만 이렇게 또 한 명의 작가를 만나고, 그로 인해 몇 편의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내가 미처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고 있구나 하는 안심이 그나마 나를 위로한다. 점수98점

 

Posted by 빨간장갑 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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