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볼일이 있어 인천에 갔다. 고향인 인천에 가면 내가 꼭 찾는 곳이 있다. 바로 인천 도원동에 있는 이화찹쌀순대이다. 이 집은 인천에서 최고의 순댓국집으로 꼽히는 쾌 맛있는 집이다. 사실 맛있다는 것은 개인적인 취향이기에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많은 사람이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보편적인 입맛에 맞게 음식을 한다는 의미이고, 이것이 곧 맛집이라 불리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어쨌든 어제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가 폐업 현수막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개인적으로는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소식보다 이 집이 폐업했다는 현수막이 더 현실적으로 아프게 다가왔다.  많은 식당이 이런저런 이유로 폐업한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장사가 쾌 잘되는 가게고, 오랜 역사를 가진 가게이기에 폐업한 이유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이화순대가 있는 인천 도원동은 프로야구가 시작되던 시절 인천 야구장이 있던 곳이다. 그리고 인천의 야구 열기는 다른 지역 못지않게 뜨거웠다. 그러다 보니 야구장 근처에 있던 이화찹쌀순대는 야구 경기가 끝난 후 야구 경기를 복기(?)하는 공간으로 이용되었다. 그리고 야구 경기장이 문학동으로 옮겨졌음에도 그 맛과 추억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오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지역 명물로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그리고 인천 문학 야구장 안에 이화순댓국 코너가 생기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엄밀히 말하면 문학구장에 들어간 이화찹쌀순대는 도원동 순댓국집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그리고 지금은 없어졌다고 한다.) 


이화찹쌀순대가 언제 창업했는지 잘 모른다. 다만 첫 직장 생활을 하면서 부터 거의 30년을 단골로 다녔었고, 원주로 이주 한 이후로도 인천에 가면 꼭 가곤 했다. 


내가 이 집을 다니면서 음식 외에 인상 깊었던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거의 변화가 없는 직원의 구성이다. 거의 10명 가까이 되는 직원들이 항상 그대로였고, 인원 구성에 변화가 없었다. 물론 그들이 서로 친척 간인지 사돈의 팔촌 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만큼 직원 관리가 잘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주 5일만 운영하는 식당이라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주 5일제 근무가 시작될 즈음부터 이 집은 주 5일제 영업을 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가장 손님이 많을법한 토요일과 일요일에 장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이 많은 지역의 식당들은 주말에 손님이 없기 때문에 주 5일 운영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직장인이 많은 곳이 아닌 곳에 있는 식당이 주말을 제외한 주 5일 운영을 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다 보니 단골들로부터 원성을 많이 들었고, 결국 휴일을 주말에서 일요일과 월요일로 바꾸었다.


사실 위 두 가지 사실은 이화찹쌀순대을 운영하는 사장의 운영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이화찹쌀순대 옆 집인 시정순대, 아마도 이화찹쌀순대가 없어짐으로 이 집도 많은 타격을 받을 듯.


싱가포르에 있던 내 친구가 이 순대국을 너무 먹고 싶어 해서 내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이것을 사 가지고 냉동실에 얼려 싱가포르에 가져갔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나에게는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 식당인데, 폐업을 한다니 너무 아쉽다. 이날 나는 어쩔 수 없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시정순대에서 식사를 했다. 그리고 직원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런데 그들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다만 건물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있다고만 한다.


인천 만수동에 있는 이화찹쌀순대 (공식 명칭은 해늘 순대)


황당하고, 전쟁같은 하룻밤을(이 부분은 추후 포스팅 예정) 인천에서 지내고, 다음 날 해장을 위해 이화찹쌀순대와 맛이 가장 비슷한 만수동 해늘순대(이화순대와 형제지간)에서 순댓국을 먹으며 속을 달랬다. 이곳에서는 폐업 이유를 알까해서 직원에게 넌지시 물어봤지만 이곳 직원도 그곳은 당분간 열지 않을 것이라고 하더라고만 할뿐 자신들도 잘 모른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가 모르는 아주 깊은 속사정이 있는 것 같다. 어느 맛집 탐방 프로그램에서 "제발 이 집은 없어지지 말았으면" 이라고 말하는 패널의 모습을 보면서 맞어! 나도 그런곳이 있지 하며 이화순대를 떠올렸었던 기억이 있다. 이제 그곳이 추억으로만 남게 되었다. 걸린 현수막 글귀처럼 다시찾아 오기만을 기대해야겠다.


모든 일을 마치고 원주로 돌아오는데 열려진 차장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몸이 움치려 들며, 마음 한 켠이 허하다. 그런데 이것이 창 밖에서 들어오는 가을 바람 때문인지 이젠 추억으로만 남겨진 이화순대 때문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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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장갑 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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