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판 

신판 


어떤 책들은 내가 미처 읽지도 않았는데, 마치 읽은 것처럼 느껴지는 책들이 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입과 입으로 전해지고, 미디어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과정에서 내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안 읽은 것을 알게 되더라도 너무 많이 회자되는 책이라면 괜시리 읽기가 싫어진다. 더우기 책이 고전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런 책들 중 하나가 이번에 읽은 "그리스 인 조르바" 이다. 

그리스 인 조르바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영화 배우 "안소니 퀸"이다. 영화 조르바도 본적이 없는데, 왜 조르바와 안소닌 퀸이 동일 인물로 자꾸 떠오르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조르바는 안소니 퀸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조르바의 이미지에 안소니 퀸이 떠 올랐다. 다행히 조르바와 안소니 퀸이 어울리기도 했다. 아마 이런 이유로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의 경우 소설을 먼저 읽는 것이 상상력을 키우는데, 더 유용하고,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했던 것 같다. 

책 속의 주인공 조르바는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조르바와 다르지 않았다. 마초(macho)같으며, 생각보다 몸이 먼저인 시쳇말로 강한(?) 남성의 이미지랄까? 하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선호하는 캐릭터는 아니다.

조르바가 이 책의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모든 것이 조르바의 중심에서 쓰여진 글은 아니다. 책에서 두목이라고 표현되는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시각에서 자신이 실제로 겪었던 조르바에 대한 인물과 자신과의 관계를 써 나간 책이다. 마치 데미안과 비슷하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려면 시대적 배경 조금을 알아야 된다.  책이 쓰여진 시대의 그리스는 불가리아와 터키의 식민 지배를 받기도 했으며, 이탈리아, 독일에 분할되어 통치되기도 했던 시대이기도 하다.

책의 간단한 줄거리는 생각보다는 실천을 앞세우는 조르바라는 60대 중반의 사내와 그리스의 현실과 인간의 본질 등에 대해 고뇌하는 지식인 저자와의 만남, 갈등, 이별 등을 쓰고 있다. 책이 쓰여진 시대가 근대라서 문장이나 글체가 읽기 쉽지는 않다. 또한 줄거리가 박진감 넘치거나 하지 않기에 지루한 면도 있다. 하지만 책의 한 문장, 한 문장을 조심스럽게 읽으며,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되뇌이며 본다면 나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근대 남성들의 사상, 종교관, 여성관 등을 들여다 볼 수 있고, 미처 몰랐던 그리스의 근대도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독자의 취향에 따라 어렵고 지루할 수는 있겠으나 나는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점수는 89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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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장갑 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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