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눈 내리던 날 갑자기 떠났던 여행의 최종 목적지이자 목표는 벌교이었다. 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도 다시 태백산맥을 읽고있던 내게 '꼬막이 먹고 싶다'고 말하는 부인을 내가 꼬득여 이곳 벌교까지 오게 되었던 것이다. 더구나 집사람은 태백산맥을 읽어야 벌교 여행이 재미있을 것이라는 나의 말에 속아 태백산맥을 다시 읽기 시작했고, 결국 여행을 마치고 돌아 온 후 10권을 모두 읽었다. 그리고 우리의 여행 중에도 가방 속에는 태백산맥 몇 권이 들어 있었다.



전주와 담양을 여행하는 동안 내리던 눈은 그쳐 날이 맑았지만 우리가 여행하는 날 벌교의 날씨는 무척이나 추웠다. 소설 태백산맥의 구절 중 "그 해 겨울은 40년 만의 강추위였다"라고 하는 부분이 퍼뜩 생각이 나기도 했다. 벌교에 도착하여  태백산맥 기념관을 찾다보니 이곳 저곳 모두 꼬막 정식을 파는 집이라 이곳이 꼬막으로 유명한 벌교구나 하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기념관 앞에 차를 대고 보니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이 태백산맥 기념관 옆의 무당 소화네 집과 현부자댁으로 배경이되었던 불리던 고택이었다. 마치 지금도 그들이 살아 있을듯 잘 보존되어 있었다.


집 이곳 저곳을 다니며, 소화의 연인 정하섭이 숨어 있을 만한 곳과 감시의 눈을 피해 이용했을 듯한 담을 따라 걸어보며 소설 속의 장면들을 머리 속에 떠올려보기도했다태백산맥 문학관에는 조정래 작가가 보유하고 있던 수 많은 자료가 보관되고 있었다. 그가 이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으며,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는지 알 수 있는 자료들이 많이 있었다.



기념관을 나와 김범우의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추운 날씨에 얼어 붙은 강물과 저 멀리 소화다리를 보면서 수 많은 사람들이 저곳에서 희생 당했을 것을 생각하니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다. 비록 소설이지만 벌교의 많은 사람들에게 저 다리가 슬픔의 다리였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았다.



20살이 갓 넘은 나이에 처음으로 읽었던 태백산맥에서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김범우라는 소설 속 인물이 30년이 지난 후 다시 읽은 책에서는 계속 내 눈에 밝혔다. 그래서 어렵게 김범우의 집을 찾아 보았다. 그런데 이유는 모르겠으나 현부자집과 다르게 그곳은 보존되지 않았고, 찿아가기도 쉽지 않았다. 어렵게 찾아간 그곳에는 오토바이 한 대만 덩그라니 놓여 있었고, 사람은 없었다.



얼마 전까지 누가 살았었는지 곳곳에 사람의 흔적이 묻어 있었다. 현부자 댁은 마치 문화재처럼 보존 되고 있었지만 김범우의 집은 보존되고 있지 않는 이유는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읍내의 태백산맥 거리로 명명된 거리를 걸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소설 속 남도여관으로 표현되었던 보성여관을 만날 수 있었다. 


보성여관은  현재 문화유산국민신탁 이라는 기관(단체)에서 기금을 모아 보존 운영하고 있었으며 지금도 숙박이 가능한 여관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현재는 보성여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며, 숙박이 가능하지만 방의 크기가 워낙 작아 가격 대비 이곳에서 자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일제 시대의 여관을 경험하고픈 사람은 하루 정도 머무는 것도 그리 나쁠 것 같지는 않다.



여관 입구에 설치된 카페에서는 간단한 차를 판매하고 있다. 차를 한 잔 마시며 추위에 얼은 몸을 녹일 수 있었고, 벌교에 관한 이런 저런 정보와 자료를 수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참고로 차를 마시면 입장료 천 원을 면제 받을 수 있다. 차 값은 4천원.


카페 창가에 진열해 놓은 무의 꼭지와 그 위에서 자라는 무청(잎)을 보면서, 요즘 무청이 시래기로 변해 무의 몸통보다 더 고가에 팔린다는 사실과 이렇게 화초로도 쓰여질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웠고,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아주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1970년 대까지만 해도 번창하던 별교는 이제 아주 작은 시골 읍으로 전락해 버렸다. 하지만 태백산맥이 출간된 1989년 이 후 또 다시 여러 사람에게 알려지게 되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 들었었다. 이제는 또 시간이 많이 지나 소설 태백산맥의 영향은 그리 크게 없을지 몰라도 시골 마을이 경제적으로 사는 방법은 소설이나 문학 또는 미디어에 노출되어 알려지는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머리 속에서는 태백산맥 문학관 소화내 집 앞에 걸려있던 현수막이 떠 올랐으며, 수 없이 많은 식당에 붙어있던 '1박 2일 TV프로그램' 사진이었다.


이번 벌교 여행은 내가 소설 태백산맥을 다시 읽는데 많은 힘이 되었다. 아직 9권과 10권을 남겨 놓긴 했지만 벌교에 다녀옴으로서 인해 책을 읽는데 한결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벌교 여행은 한동안 잊었던 소설 태백산맥과 한반도 역사, 그리고 나라의 현재, 미래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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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장갑 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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