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창 밖을 내다보니 온통 눈 밭이다. 과연 이 길을 뚫고 다음 목적지인 담양으로 갈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전주에 하루 더 머무는 것보다 일단 떠나는 것이 나을듯 싶어 담양으로 향했다. 그런데......



전주는 서울이나 강원도같지 않았다. 거리에 제설 작업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출근 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인데도 거리에는 눈이 잔뜩 쌓여있다. 그리고 차들도 거의 기어가다시피 한다. 우리도 시속 30Km 속도 이하로 담양으로 향하는 국도로 들어섰다. 그런데 이곳은 그냥 눈 밭이다. 강원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성질 급한 차는 나를 추월하며 쌩 달려가더니, 잠시 후 언덕을 넘어보니 길 가에 처 박혀있다. 운전자가 나와 차를 살펴보고 있는데, 저걸 샘통이라고 해야하나? 걱정을 같이 해줘야 하나?  



전주 경계를 넘어서 완주를 들어서니 그곳은 제설 작업이 잘 되어 있다. 아무래도 전주는 제설에 별 신경을 안 쓰는 듯하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담양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메타스퀘어길이 우리를 반긴다. 푸른 하늘과 하얀 눈밭 그리고 우리를 환영하듯 도열해 있는 나무들을 보니, 눈길을 달리며 움추려 있던 마을이 한결 편해진다.




차도가 아닌 입장료를 내고 거니는 길이 따로 있어 입장료 2천 원을 내고, 나무 사이를 걸었다. 날이 추워서 인지 사람들도 거의 없다.(나중에 알고 보니 뒤 쪽 출입구는 돈을 받지 않는다. ㅜㅜ) 


허수아비인지 장승인지 이넘만 머리에 하얀 눈을 뒤집어 쓴채 우리를 반기고 있다.


인적이 드문 길에서 사진도 한 컷 찍고, 이제 목적지인 담양 죽녹원으로 향했다.


말로만 듯던 대나무 밭이다. 눈 덮힌 이길도 잘 어울린다. 비록 춥긴 하지만 말이다. 소설 태백산맥에 보면 대나무에 대한 전설이 나온다. 그 전설을 생각하니 갑자기 대나무가 섬찟하게 느껴진다. 


죽녹원 안에 있는 한옥 처마에 고드름이 열려있다. 이런 고드름은 아주 오랜만에 보는 듯하다.


겨울 바람과 함께 들리는 대나무 부딪히는 소리는 내 몸을 더욱 움치리게 한다. 하지만 대나무의 저 푸르름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날이 춥고, 길이 미끄러워 걷기에는 불편했지만 한적하고, 상큼하고, 시원한 대나무 숲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내리던 눈은 언제 그랬냐는듯 그치고, 대나무 사이로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보인다.


대나무 숲 중간에는 간혹 자연적으로 쓰러져 있는 대나무를 볼 수가 있었다.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는다고 하며 대나무에 비유하는데, 저 대나무는 부러지지도 휘어지지도 않고 그냥 기울어 기대어 있다.



숲 길에 있는 가로등 머리에는 얼마나 많은 눈이 내렸는지를 알 수 있게 소복히 눈이 쌓여있다.



그리고 철학자의 길인지 사색의 길이었는지 아주 춥게 보이는 동상이 서 있었다. 사색이건 철학이건, 춥고 배고프면 다 필요없어! 라는 옛 어른들이 말이 불현듯 생각났다.




민박으로도 쓰이는 듯한 한옥의 모습이 전주 한옥마을의 한옥보다 더욱 운치가 있다. 기회가 되면 저곳에서 하루 묵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옥 앞의 길도 예쁘고,


그 앞의 장독대에도 많은 눈이 왔다는 것을 보여주듯 눈이 소복히 쌓여있다. 날이 덜 춥거나 이곳에 숙박을 했다면 눈 사람을 만들며 즐길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곳 처마에 고드름은 고드름으로 칼 싸움을 하면 놀던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했다. 그리고 결국 집사람과 고드름 하나씩을 따서 칼싸움을 했다. 비록 한 번에 부딪힘에 산산조각이 났지만 말이다.


죽녹원 내 한옥 민박과 숲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정문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숲 속에 있는 이런 큐빅도 쾌 인상적이었다.


말로만 들던 담양 죽녹원을 여행한 느낌은 너무 좋다 라는 것이었다. 작은 공원같기도 하고, 정원같기도 하고, 작은 야산같기도 한 이곳은 내가 다녀 본 어디보다도 좋았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기회에는 죽녹원에서 일박을 하며 죽녹원을 느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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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장갑 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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